얼마전 호드 50이라는 카툰이 주변을 시끄럽게 했다. 그 근성, 열의는 게임을 만들고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당연히 본보기가 될만하다. "시바... 게임하는데 이유가 어딨어!! 그냥하는거지."와 같은 강렬한 말은 주변에 치여서 - 어머니한테 한소리 듣고, 여친한테 꾸사리 먹고, 애기 재우고, 마눌님 주무시면 불끄고 소리까지 죽인채 - 게임을 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가 느껴질만도 하다.

그러나 당신이 게임을 만들고 있다면(게임이 아니라도 사람을 관리하는 위치에 있다면) 그것만 봐서는 곤란하다. 작가인 원사운드가 호드 50에 빠지게 된 과정을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 주변에 GoW2를 산 사람들이 늘어난게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 할만하네하는 생각이 게임에 푹 빠지도록 만든 것이다.

심리적인 요인이 좀 있는데, 일반적으로 말하면 가능할 것처럼 보이는 목표 설정이 바로 그것이다. 사람의 심리란 묘하게 삐뚜러진데가 있어서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걸 하면 재미나 흥미는 바닥이고, 이게 가능성은 보이지만 어려울때 최고의 성취감을 얻는다. 거기에 더불어 고지가 눈앞에 보일때 실패를 해야 바로 다시 달릴 수 있지 까마득하게 먼곳에서 실패를 해버리면 다시 도전하는데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

이건 등산과도 비슷하다. 산악인들이 거기 산이 있기때문에 도전한다고 말하지만, 그 기저에는 어렵지만 오를 수 있기때문에라는 생각을 무시할수 없다. 모든 사람이 다 안나프르나에 오를 수 있다면 거긴 그냥 관광지가 되겠지만, 1년중 단 몇 개월 동안에만 소수의 사람만이 올라갈 수 있기때문에 계속해서 죽도록 도전하는 것이다.

자 만들고 있는 게임에 "엄청 쎄고 강해서 사실상 잡기 어려운 괴물"이라는 보스 몬스터를 추가한다고 생각해보자. 당신이 게임을 처음 만드는 초보라면 아마 이름처럼 강하고 튼튼하게 만들어서 300명이 모여서 갔는데 피health point를 1mm 빼고 전멸했어요 이런 소리가 나오게 만들것이다. 그걸 보면서 뿌듯해하는 바보같은 짓을 하겠지. 그런데 당신이 이 바닥에서 좀 구른 능구렁이라면 피가 빠지면 빠질수록 이놈을 강하게 만들거나 피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무적에 가깝게 만드는 비열한? 수를 쓸 것이다.

둘다 보스 몹을 잡는데 실패한다는 결과는 같다. 그러나 반응은 확실히 다르다. 전자는 이정도 인원으로 택도 없다는 좌절감에 빠져서 300명 이상이 모이지 않는다면 다시 레이드에 참여하기 어렵겠지만, 후자는 피 조금 남았을때 그놈이 미치는 것만 돌파하면 잡을 수 있다는 희망에 빠져 다시 레이드를 준비하게 된다.

이러한 모습은 일상 생활에도 확대 적용이 가능하다. 언제나 성공 가능한 일을 - 그러니까 주민등록등본을 발급해주는 것 같은(절대 공무원 무시하는거 아님!!) - 계속 하면 지치고 활기를 잃게 마련이다. 반대로 끝이 안보이는 일에 계속 치이면 역시나 시름시름 앓게된다. 거창한 일을 완성하려면 끊임없이 도달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단기 목표를 계속해서 제공해주는게 최고의 효과를 발휘한다.

문제는 이러한 도전할만한 단기 목표를 계속해서 제시하는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팀장은 웹서핑이나 하면서 놀면 안되고 끊임없이 일거리를 연구&개발해야한다.

ps. 저정도 근성을 가지고 도전할만한 꺼리를 만들어낸 레벨 디자이너에게는 존경을 표하는게 기본 예의겠지. 부럽다.
Posted by 조성경 트랙백 0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