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가트너에서 2012년에 안드로이드 폰이 아이폰을 꺽고 2위 스마트폰 플랫폼이 될거라 예측했다. 요즘처럼 개나소나 다 안드로이드 폰 출시에 열을 올리는 걸 보면 틀린 말은 아닐 듯. 그러나,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이런 말도 안되는 안드로이드 러시를 감행하는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다. 결국 자기 손핸데 말이다. 내가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 같이 한 번 알아보자.

지금이야 애플하면 아이팟과 아이폰이 먼저 떠오르지만 사실 애플은 컴퓨터 제조업체다. 선도 업체로 피씨 시장을 개척하고 열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닌 위대한 회사였다. 녹색 커서가 점멸하던 Apple II가 컴퓨터라는 말과 동의어에 가까웠던 시절이 있었으니까. 이런 애플의 독주를 막아선 곳이 IBM이였다. 당시 IBM은 빠른 시장 진입을 위해서 다양한 H/W를 직접 만들지 않고 상호 운용을 도울 표준(ISA, Industry Standard Architecture)을 공개해 다양한 업체가 시장에 뛰어 들도록 만든다. 물론 S/W도 직접 만들지 않고 라이센싱을 선택해서 세계 최대의 SW업체가 탄생하도록 도와(?)준다.

중간과정을 다 건너뛰고 결과만 보면 IBM은 그들의 열망처럼 Personal Computer 시장을 휩쓴다. 단 주인공은 IBM이 아닌 Microsoft와 IBM 호환 컴퓨터 생산업체들이었다. IBM이 뛰어난 제품을 만든 건 분명하지만 호환 업체들은 더 싸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 시장을 잠식했고 그 과정에서 MS는 절대적인 영역을 구축한다(왜냐하면 누가 만들든 MS DOS를 사용했으니까). 더 뒷 얘기를 하면 IBM 호환 업체들은 계속해서 더 싸고 더 싸고 또 싼 제품을 만들어 내다가 결국에는 이익도 안남는 금액으로 제품을 만들고 원가를 줄이기 위해서 중국으로 공장을 옮기고 유통과 재고를 줄이는 혁신을 통해서 또 가격을 줄이고... (너무나 처참해서 생략)

원래 얘기로 돌아가도 애플은 선도 업체로 또 등장한다(아 진짜 위대한 회사다). 통신 시장의 헤게모니 주인은 망 사업자였는데,  아이팟의 인기를 등에 엎은 애플은 아이폰+앱스토어로 이 역학 구조를 뒤집는다. 그러니까 스마트폰 시장이라는 한정된 영역이기는 하지만 망 사업자를 그림자로 만들어 버렸다. 애플이 주인공이고 망 사업자와 앱스토어의 수많은 개발자들은 모조리 들러리다.

여기에 MS를 꿈꾸는 구글이 등장해 안드로이드라는 플랫폼을 만들어 낸다. 그러니까 ISA를 만들어 냈다. 여기서 웃기는 건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만들었지만 정작 자기들은 이 플랫폼으로 제품을 만들지 않는다. 그래서 IBM과 다르고 MS에 가깝다. IBM 호환 제품을 만들던 업체 역할을 해줄 전세계에 산재한 수많은 호구들이 경쟁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구글로서는 손안대고 코푸는 격인데 여기에 동참해 IBM 호환 제품을 생산하던 업체의 역할을 기꺼이 수행하고 있는 제조업체들을 이해 할 수가 없다.

구글이야 안드로이드 폰을 누가 만들든 상관없다. 어차피 그 폰을 산 사람들은 구글을 이용해서 시장이 점점이 더 커질테니 말이다. 그러나 제조업체는 다르다. 결국 안드로이드 플랫폼으로 만들어진 폰은 제조업체의 특별함이 점점 사라지게 될테고 호환 제품의 하나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이 되면 사용자들에게 유리한 시장buyer's market이 되겠지만 제조업체들은 죽을 맛일 것다.

내가 보기엔 지금 딱 이 시나리오로 흘러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시장이 된다면 최후의 승자는 당연히 구글과 가장 저렴하면서 쓸만한 제품을 만들게 될 중국업체가 될 것이다. 근데 이런 시나리오는 제조업체 입장에서 보면 아주 안좋은 상황이라서 여기까지 가도록 방관할 회사는 없을 거다. 내가 안드로이드의 미래를 핑크빛으로 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ps. 대충 일단 마무리. 나중에 시간이 되면 글을 다듬던지 해야지...

Posted by 조성경 트랙백 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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