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럼을 쓰다보니 그 기저에 깔린 사상은 예전에 도덕인지 윤리인지 모를 과목에 나왔던 북한의 자아비판과 다를게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요즘에도 도덕이라는 과목이 있을려나).

공개적인 자리에서 하찮은 이유로 일을 못했음을 알리는 수모와 굴욕은 자아비판과 다를게 없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일에 예외가 있듯이 이 굴욕적인 자아 비판이 대수롭지 않게 변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그것은 모든 참여자가 이 공개적인 자아비판을 단순한 과정으로 여기는 것이다. 못한 것도 과정, 그걸 자랑스럽게 말하는 것도 과정 그리고 어색하게 웃으면서 넘어가는 것도 한 과정이 되는 것이다. 모든 것이 이렇게 매너리즘의 한 요소가 돼 버리면 스크럼은 끝이라고 봐야하고, 데일리 미팅은 그저 시간 때우기에 불과하다.

우리가 보는 스크럼 책(애자일 관리서 포함)에는 이런 경우가 없다. 모든 참여자는 다 능력있고 책임감이 넘치며 자신의 무능력과 실수를 부끄럽게 여긴다. 그래서 그들의 스크럼에는 실패가 없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처음에는 분명히 자신의 실패를 부끄럽게 여기지만 실패가 반복되면 더 이상 숨길 것도 없고 부끄러울 것도 없다. 그리고 그 과정을 바라보고 있는 동료들에게도 면죄부를 대량으로 발행하게 된다.

팀장(스크럼 마스터든 PM이든 뭐라고 부르든간에)이라면 이러한 과정의 진행을 그냥 바라보고 있어서는 안된다. 실패는 부끄러운 일이고 팀에 큰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팀원들에게 주입 시켜야한다. 물론 이게 너무 공개적이 되면 비난이 되니 그 정도도 관리가 필요하긴하다.

Posted by 조성경

물건너 아마존에서 발송한 책보다 이 책이 며칠 일찍 도착했다. 밤낮으로 열심히 읽은 끝에 읽기는 끝.

스크럼의 바이블같은 책이기는 하지만, 스크럼 자체가 거대하고 복잡한 과정으로 이루어진게 아니라 기존에 인터넷등으로 찾아서 읽었던 단편적인 정보를 한 곳에서 복습하는 정도였다. 눈물을 흘리며 감동할만한 내용은 없었다는 얘기. 그러나 이제 스크럼을 도입하려고 준비중이거나 기존에 스크럼에 대한 정보가 미약하다면 팀원들이 돌려보고 토론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 여러차례 강조하는 정확한 목표와 생산성을 저해하는 부가적인 일을 차단하는 것은 사실 프로젝트 관리에서 쉬운 부분에 속한다. 내가 프로젝트를 관리하면서 가장 어렵게 생각하는 것은 스크럼(애자일이든 RUP든)같은 방법론의 제대로된 적용이 아니라 프로젝트에 적당한 수준의 긴장감 - 이게 적당한 표현인지는 모르겠다 - 을 주고 그것을 유지하는 것이다. 진행을 너무 팽팽하게 당겨도 안되고 너무 늘어지게 만들어도 안되는 절묘한 줄타기라고나 할까. 굳이 다른 것에 비교하자면 연애정도를 들 수 있겠다.

연애와 프로젝트 관리라니. 어처구니 없이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가만보면 둘은 참 많이 닮았다. 프로젝트뿐만이 아니라 세상 모든 관계는 다 연애에서 배울 점이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나 닮은 것 하나를 꼽으라면 모든 연애가 제각각의 독특한 스토리가 있어서 글로서 자신의 경험을 남에게 전달하기 어렵고 그게 다른 연애에 적용된다는 보장도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해보기전에는 배울수가 없다.

이 책을 통해서 스크럼으로 프로젝트를 관리할 준비를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대로 따라할수도 없고, 성공으로 가는 길이 보장되지도 않는다. 바람둥이가 되기위해서 많은 여자를 만나봐야 하듯이 훌륭한 프로젝트 관리자가 되기 위해서도 많은 프로젝트를 직접 경험해봐야하고 그 부분은 어떤 책도 커버해 줄 수 없다. 알면서도 책을 보면서 항상 아쉬운 부분이다.

추가:
한줄평: 카드를 꺼내라.

Posted by 조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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